Column 칼럼4-아트마켓

‘김연아 현상’과 미술품 양도소득세

 한국경제. 2010. 11. 12

박수근, 김환기, 이우환 이른바 한국 미술시장의 탑 3 작가들의 위력을 분석해 보았더니 100명의 작가 거래 총액에서 3명이 40%를 넘었다. 다시 탑 10 작가들이 차지하는 위력을 분석해보았더니 이번에는 70%를 상회하였다.

아무리 ‘승자독식 현상’의 논리가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이와같은 수치는 선뜻 이해되기 어렵다. 그러나 ‘김연아’ 다음 순위는 누구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거나 아예 관심이 없듯이 예술의 생명은 그 작가와 작품만이 갖는 ‘창조성’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2등을 기억하지 않으며 나머지 99.9%를 리더하는 블랙홀 같은 힘을 발휘한다.

1990년부터 유예와 폐기를 거듭했던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다시 내년에 실시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하여 그간 오랜 기간의 토의가 있었으며, 그 결과 국회 문광위를 중심으로 27명의 국회의원들이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골자는 어려운 미술시장의 여건을 감안하여 6년을 연장하자는 안으로서 미술시장의 현실을 세심히 살핀 부분이 잘 나타나있다.

이에 반해 정부에서는 ‘조세형평원칙’과 함께 6천만원 이상의 작품에만 양도세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시장 전체의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를 않다. 6천만원 이상의 작품은 미술품 경매의 경우 건수는 고작 5%에 그치고 있으나 전체 거래총액은 무려 55%에 달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김연아 현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6천만원 이상의 작품에 대하여 과세한다는 것은 경매시장 과반수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고, 그 파급효과는 갤러리, 아트페어 등 전체 시장에 급속도로 확산되어 거래가 감소하고 중저가 이하의 작가들 창작환경 또한 연쇄적으로 어려워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군다나 고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마니아 층은 중저가의 작품을 훨씬 더 많이 컬렉션하기 때문에 더욱 그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보여진다.

미술시장에서는 선진 여러나라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조세형평원칙’은 모두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미술시장 규모는 3천억원대로 반토막이고, 오히려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양도세를 실시하려면 단 10만원 짜리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후 어떠한 가격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체 작품을 신고하는 실명거래가 되어야 하지만 시장현실은 너무나 많은 거리가 있다.

해외와 비교해도 일본 시장의 4분의 1정도이며, 10여년 밖에 안된 중국의 경매회사가 100여개가 넘고 년간 1천여회에 달하는 경매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2개 경매회사에 15회 경매회수 만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소더비나 크리스티의 년간 거래액이 7조원이지만 우리나라는 467억원이 전부이다.

세계 어느나라에 내놓아도 국제경쟁력을 갖는 글로벌 시장의 작가는 단 한명도 없으며, 국공립미술관에는 반 고흐, 피카소 등의 작품 한 점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년간 세수 총액 30-40억 원도 못미치는 미술품 양도세를 적용하여 수 만명에 달하는 작가들의 창작환경을 급강하시키고 아직 척박하기만한 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저하시키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적어도 1조원 정도에 달하는 미술시장의 규모가 성숙될 때 까지 이번 세법은 유보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27인의 공동발의는 환영할만 하다.

미술시장 역시 글로벌마켓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투명한 거래 정보공개 등 세원확보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며, 숙원 중 숙원인 세계적 스타작가의 발굴과 지원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소더비 경매 장면

frize 2005

2008 베이징 화랑박람회

한국의 아트마켓 트렌드

2010.6.17. 중앙일보

‘나는 미술 작품을 얻기 위해서 음악을 한다’ 오페라의 유령을 제작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말이다. 그만큼 미술품을 사랑한다는 의미이지만 여기에 재산증식의 매력까지 더한다면 최상의 랑데부가 아닐 수 없다.

 

다시쓰는 미술시장의 역사

2004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이와같은 랑데부가 가능할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2005년 11월 케이옥션이 출범하면서 서울옥션과 경쟁체계에 돌입하게 되었고, 경매총액이 2004년 91억원에서 2005년 170억원으로 수직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었다. 급기야 2007년 약 2천억원대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드믄 상승 기록을 보여주었다.

한편 2004년 대표적인 아트페어인 국제아트페어 판매 총액이 20억원에 그쳤던 것이 2005년 45억으로 두 배를 넘어섰고 2007년 175억원으로 동반 상승하였다. 잇달아 갤러리 거래도 급증하고 아트펀드 상품이 출시되면서 뉴스의 초점이 되는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하락과 함께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던 2007년 이후 현재까지는 거래량이 급격히 줄고, 가격대 역시 동반 하락하면서 관망 상태로 접어드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여러 형태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아트페어의 약진과 ‘딜렉터’의 등장

몇가지만 예로 들면 우선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국제아트페어, 오픈아트페어, 마니프 등 아트페어의 관람객 수는 판매결과와 크게 상관이 없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며, 중저가 작품을 겨냥하는 구매층이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대구나 부산 등 지역에서 개최되는 페어의 경우에도 2만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상당수가 애호층이거나 잠재 시장군으로 분류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중저가 시장이 빠른 속도로 팽창됨으로서 작품보다는 유명작가의 이름을 보고 구입하는 ‘블루칩 선호현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으며, 애호와 투자가 동시에 접합점을 찾는 실질적인 구매현상이 약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블루칩 위주의 경매수치가 급격히 하락하였지만 아트페어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상대적 비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는 컬렉터 계층이 진화하였다는 점이다. 우선 컬렉터의 년령대가 50대 이상에서 40대의 전문직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있으며, 그 결과 선호하는 스타일과 경향이 다양해지고 상당수 안목있는 컬렉터들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일부분에서는 이른바 아트딜러와 컬렉터를 묶어서 ‘딜렉터’라는 불리우는 새로운 계층이 탄생하였다. 이들은 평소 꾸준한 노력으로 실전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안목을 연마한 후 자신이 직접 구입한 작품을 감상도 하고 기회를 봐서 되팔아 차익도 챙기는 매우 실리적인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장르 확산으로 시장 넓혀

최근 5년간 장르별 구분에서는 서양화, 특히 유화의 독주로서 거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으며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작가들과 함께 이우환, 김종학 등이 급상승하였다. 그러나 특히 배병우를 선두로 사진 분야의 확장세가 눈에 띠었고, 고미술품과 한국화 등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었지만 이상범, 변관식, 이응노 등 근대 작가들과 도자기, 목기 등을 중심으로 최근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고미술품 중심의 경매회사인 아이옥션이 선전하면서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역시 ‘조선 고가구 경매’ ‘혼례 선비정신 경매’ ‘디자인 옥션’ 등 다양한 품목을 확장하여 마켓 흐름을 주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향후 상승 가능성을 예고 하고 있다.

다음은 청년작가들의 도약으로서 홍경택, 김동유, 이승오, 권기수, 이이남, 이환권, 김남표, 이우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사유적이고 난해한 아카데미즘과는 달리 그들만의 독자적인 해석과 대중적 언어를 공유하는 분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문화적 장벽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매력을 평가하여 홍콩 소더비, 크리스티 경매사들의 호응이 있었고,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코리안 아이’가 기획되는 등 해외 시장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밖에도 마켓의 지역 확산 현상으로 저가 경매를 주도해온 전주의 A옥션을 비롯하여 아트대구, 대구아트페어와 광주비엔날레에 맞추어 9월 1일 개막되는 아트광주 등은 그간 서울 경기 위주의 시장구조를 전국으로 확산하는데 역할을 하였다.

한편 불황속에서도 이와같은 움직임들에 힘입어 올 상반기 양대 경매 총액이 376억원에 이르는 등 반등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신라호텔의 아시아호텔아트페어와 케이옥션에서 9월 초 선보이는 ‘빈티지 시계 경매’ 등 새로운 마켓으로 출구전략을 구사하면서 1년 중 가장 정점으로 이어지는 가을 시즌을 맞고 있다.

소더비 경매장

2011 KiAF

2004 KIAF

​크리스티 경매장

서울옥션 경매장면

2003 KIAF

실험예술과 아트마켓의 랑데부

2009. 6. 22. 경향신문

 

“이게 성숙한 작품인가?” 25세 대학생의 작품을 사고난 후 마이클 오비츠는 다시금 짧게 말했다. “아니다. 하지만 나를 울린다.”

오비츠의 이 한마디는 청년작가들이 갖는 최대의 무기이자 매력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아트마켓 호황을 타고 상당수의 청년작가들이 국내외 경매와 아트페어 등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수백여점의 작품들을 동일한 소재, 구도, 기법으로 ‘붕어빵’ 처럼 찍어내듯이 남발하면서 열광한 만큼 실망을 안겨주었다.

2회 ‘블루닷아시아’가 아트마켓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이른바 뮤지움, 대안공간작가와 갤러리, 아트페어작가의 담장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그동안 이와같은 조짐은 극히 일부에서 시도되었지만 여전히 실망을 안겨준 ‘붕어빵 작가’들의 비정상적인 한계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번전시는 청년작가들의 생명과도 같은 실험정신과 역동성이 중국·인도·태국·터키·일본·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작가들의 동시대 트렌드로 연계되면서 순수예술가치와 대중성을 오버랩시킨 새로운 전략으로 구사되었다.

117명, 800여점에서 보여준 대규모 스케일도 그렇지만, 특히 2층에서는 대안공간 풀(서울), 매개공간 미나리(광주), 반지하(대전), 오픈스페이스배(부산), 하이브(청주) 등 대안공간에서 추천된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아트마켓과 랑데부를 시도하여 제 3세대들의 잠재된 역량을 재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작품경향은 평면과 영상, 사진, 설치 등이 망라되었으며, 중국작가 주아이핑이 보여준 ‘자신의 표준인물화’ 세 점은 놀라운 표현력과 사실성으로 최근 중국작가들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또한 감각적인 유행사조에 물들지 않고 탄탄한 내공을 쌓으면서 독창성으로 승부를 건 한국작가들 역시 곳곳에서 세계적인 기량을 발휘하였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제3세대는 이미 세계미술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황금의 보고이다. 한국의 청년세대들이 과연 이들의 치열한 경쟁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가를 가늠케 하는 이번 ‘블루닷 아시아’는 향후 미술계의 흐름과 전시기획의 방향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불패신화, 세계의 아트마켓 지금은?

 매일경제. 2009. 5. 5

2008년 하반기까지 전세계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83억 달러(한화 약 10조 4,372억 5,000만 원)로 2007년에 비해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575억 원) 정도 하락한 수치로 나타나면서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아트마켓이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하강세’인지 ‘숨고르기’인지는 아직 명료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당분간 이와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최근 트렌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 최고수준인 파리의 ‘이봉랑베르’갤러리는 런던지점을 얼마 전 오픈했다가 문을 닫았고, 데미언 허스트 등 yBa작가들을 다루어 유명해진 런던의 화이트큐브 갤러리 역시 거래가 줄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소더비 런던이 지난 2월 직원 감축에 이어서 6월에 타 지점 분산배치 계획까지 나오고 있다. 저명작가들의 작업 또한 작년도 이전의 주문량을 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미국의 미술품 가격 지수는 경매순위에서 영국에게 1위를 내주고 2006년 수준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또한 아트프라이스가 올해 4월까지 통계한 기록은 작년에 비해 10%하락하면서 전 세계 경매시장의 유찰률이 37%로 작년보다 4%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100만 달러 이상의 작품 역시 79점에 머물러 작년에 비해 절반에 해당한다.

이는 물론 세계경제의 침체로부터 야기된 현상이기도 하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이 미술시장에 대한 지원제도를 축소하고 미술관들이 감원을 시도하는가 하면, 러시아, 인도, 터키 등으로 대표되는 신흥 미술시장의 수요가 상승세를 타다가 하강모드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시장의 매력이 사라진 것도 치명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각 분야별 경매결과 분석에서는 최근 25년간 최고의 인기를 끌면서 20% 정도의 연간 수익률을 보였던 ‘전후와 동시대미술’이 33%로 하락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다음은 32%의 하락률을 보인 ‘1950년 이전의 미국미술’이었으며, ‘인상파와 현대미술’은 4% 하락으로 가장 변함이 없었다. 이러한 추세는 중국에서도 동시대작가 작품이 25%정도 하락하고 낙찰률도 떨어지는 상황과 일치한다. 이점은 최근 작품일수록 평론가, 컬렉터, 아트딜러 등의 검증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오랫동안 검증된 인기작품들 일수록 안정적이라는 공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결과였다.

한편 상승일로였던 중국미술시장은 전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이 미국 35.6%, 영국 35.7%에 이어서 3위권으로 실제로는 15% 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 3월 베이징 지아더경매 낙찰액은 1억 4천만 위안(한화 약 271억 1,940만 원)에 머물렀고, 작년 가을부터 추정가를 30%정도 낮추는 등 불황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시장은 불황에서도 여전히 유럽과 미국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08년 아트프라이스닷컴 판매 총액 500위 리스트에는 중국작가 58명이 대거 진입하였으며, 일본은 5명, 한국은 처음으로 182위 박수근 등 5명이 링크되어 총 68명이 세계적인 경매 판매액으로 파워를 과시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아트마켓은 매우 두드러지는 네 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블루칩 그릅에서는 크게는 30-50%대 하락세와 일부의 보합세가 나타났고, 중견작가들의 거래급락, 청년작가들의 보합세와 상승세 등이다. 여기에 경매의 하락과 중저가 위주 아트페어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형국으로 올해 상반기를 풀어가고 있다.

4개의 아트페어는 상반기 약 1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거래액은 113억으로 작년보다는 30%정도 하락했으나 경기에 비해서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다. 이점은 고가위주의 투자현상보다는 애호심리가 반영된 컬렉터층의 확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상업적 전략에 타협하는 감각적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됨으로서 우려를 낳고 있지만 중저가 시장의 팽창은 급속히 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술시장, 문화논리로 볼수는 없을까?

조선일보. 2008. 10. 12

 

아무리 예술품이지만 수십억씩 나가는 미술품에는 과세를 해야하는 것 아니예요? 많은 사람들이 당연시하면서 이번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안에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 4천만원 이상 가격에만 해당되며, 80%까지 비용으로 공제해준다는 내용이 있어 너무 관대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실상을 한 껍질만 벗겨보면 상황이 다르다. 우선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작품들은 이미 화랑, 경매 등에서 소득세,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여 증여세, 상속세 등 모든 세금을 납부하고있다. 그런데 이번 과세안은 여기에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개인거래자들에게 추가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적극 반대하는 것이다.

또한 4천만원 이상의 작품에만 과세한다는 대목에서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구입가격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얼마가 되었든 철저한 거래실명제, 즉 ‘꼬리표’가 달린 거래를 해야만 이 법이 가능하다. 여기에 대중들에게 인기있는 고가작품, 즉 스타급 배역들이 불참하는 공연에 관람객들이 모여들겠는가? 고가의 작품이 냉각되면 구매자가 상당수 겹쳐있는 중저가시장 역시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문화전쟁시대에 언어가 필요없는 미술품 거래는 세계를 누비면서 문화수출에 기여하면서도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국가브랜드를 향상시키는데 큰 몫을 한다. 이런 이유로 미술시장의 역사가 수백년이 되는 프랑스나 영국, 중국 등은 오랜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국가가 나서서 미술품구입대금을 무이자로 융자해주고 수만점을 국가가 구입하면서, 외국 경매회사 국내진출을 제한하는 등 앞다투어 자국의 미술계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제도를 구사해왔다.

여기에 중국이 2천만명, 영국이 4백만명의 컬렉터를 보유한 것처럼, 미술품을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소유함으로서 작가 지원과 외화획득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미술시장은 약 40조원으로 유래없는 호황이다. 그 중 미국, 영국이 7-8조원 이상, 중국, 프랑스 3-4조원 이상, 홍콩과 일본 등이 1-2조원 정도의 추정 거래액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작년 4천억원 수준에서 2천억원대로 곤두박질치고 있어 전 세계시장의 0.5%인 걸음마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무역거래액 11위 국가로서는 창피한 수준이다. 국가의 작가지원기금, 정부구입작품수 등은 더욱 말할 나위없다.

국내 캐릭터 중 하나인 뿌까의 작년도 매출액 3천억원, 모백화점의 작년 추석기간 상품권 판매액 2,740억원에도 못미치는 미술품거래에 양도차익관련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분명 시기상조이다. 아시아만 해도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폴 등 어느나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려는 사례는 없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과열거래시 전국민에게 피해가되는 부동산외에는 상장주식, 보석 등 어느 품목에도 없다.

이번 세제안의 상당부분을 ‘조세부담률 인하’ ‘투자촉진’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국제금융위기 등 어려워지는 경제여건에서 수직하강하고 있는 미술 분야의 세제만은 강공수를 두는 것은 ‘과세형평’에도 어긋나며, 이제 막 성장동력을 갖는 미술시장의 싹을 잘라버리는 등 설득력이 없다.

세계경제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미술시장 역시 눈앞의 이익에만 머물지 말고, 단기투자세력 차단, 성실신고, 신진작가 장기적인 지원 등 보다 건전한 거래를 위하여 뼈를 깍는 노력을 해야만 이 어려운 국면을 극복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 역시 조세논리만으로 문화예술을 바라보기 보다는 문예진흥, 문화향수권신장, 미술시장 활성화 등 세가지의 이익을 함께 취하는 지혜로서 이번 과세를 유보해야한다. 이점은 문화강국들처럼 미래의 더 거대한 유형, 무형의 세원을 확보해가는 대국적인 전략인 셈이다.

 

제 7라운드, 미술품세금의 딜레마

중앙일보. 2008. 9. 11

 

‘예술품과 세금’ 가장 안어울릴 것 같은 단어이면서도 서로가 한치도 비켜갈수 없는 관계이기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이후 무려 13년 동안 다섯 번에 걸쳐 유예에 유예를 거듭하다가 미술품양도소득과세는 결국 2002년에 폐기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미술품양도차익’에다 ‘부가가치세’가 추가되어 두가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개편안이 발표됨으로서 한차원을 높인 제 7라운드 논란이 시작된 셈이다.

사실 미술계는 2005년 11월 이후 미술품경매 낙찰액이 급상승하면서 거래량도 팽창하였다. 거품가격이 심하게 나타났고, 여러형태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통제불능 처럼 보여질 정도로 과열현상을 보였다. 년간 거래량은 4천억원대를 넘나들었다.

물론 소수이지만 ‘예술성’은 뒷전이었다. 모처럼만에 ‘미술시장의 봄’이 오는가 했더니 난데없이 단기투자세력까지 뛰어들었고 기대했던 시장의 진흥은 이상한 방향으로 고삐를 틀었다. 인기있는 작가들은 1-2년에 몇 배의 가격상승이 이루어지고,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판에 박은 복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락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오비이락’일까? 이때 터져나온 위조학위, 비자금, 위작시비 등 사건들이 이어졌다. 결국 최근에는 아트페어들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10개월이 다 되도록 많게는 50%까지 수직하향만을 반복하고 있다.

‘허망하다고나 할까? 자승자박이라고나 할까?’ 이 시점에서 재정부에서는 ‘과세형평 원칙’을 대전제로 개정안을 제시하고 있어 다시한번 미술계는 다시한번 충격에 빠졌다.

씁쓸한 기분같아서는 예술품을 재화가치로만 여기고 전체 시장의 질서와 미래에 악영향을 미친 소수의 행위는 아예 퇴장을 시켜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극소수의 투자세력 때문에 문화비전의 틀을 일그러뜨릴 수는 없다는 것이 또 한편의 ‘딜레마’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재도 미술시장은 기본적인 세금과세는 이루어지고 있다. 갤러리들에 과세되는 소득세, 경매에서 수수료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일반적으로 국민누구에게나 부과되는 증여세, 상속세 등이다.

그런데 부가가치세를 검토한다는 말은 더욱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십만원짜리 작품 부터라도 대부분 10%의 가격상승과 거래실명제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 양도차익까지 과세하는 이중 삼중의 세금제도를 시행한다면 그간 심혈을 기울여 길러온 건전한 미술시장의 흐름마저도 순식간에 저하되고 만다.

더군다나 4천만원 이상의 작품에만 한정한다는 제한조건이 있지만 어떤 시장보다도 민감한 미술시장의 생리에서 소수 리더그릅이 주도되면서 중간계층의 작가들이 동반상승해가는 독특한 구조에서는 모든 시장으로 파급효과가 미칠 수밖에 없다.

조세당국의 원론은 이해한다. 사실상 언젠가는 선진국들이 실시하고 있는 이와 비슷한 성격의 조세제도를 연구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우리수준에서 ‘문예진흥’단계가 완성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이번 법은 성급한 점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미술품을 애장해온 개인컬렉터들이 자신의 작품을 팔아 이익을 챙긴 확률을 계산해본다면 과연 얼마나 될까? 답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손해였을 것이며, 그들이 있었기에 작가들의 창작에 도움이 되었고, 많은 뮤지엄들의 기부, 설립이 가능했다.

세계미술시장이 40조원 정도 되는 수준에서 한국의 위상은 1%에도 못미친다. 올해 순수미술시장의 규모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심각한 ‘국제금융위기’를 맞아 아마도 2천억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많다. 올림픽 7위, 무역의 세계 순위 11위 국가로서는 너무도 어울리지않는 문화위상이다.

미술시장 역시 최근의 슬럼프를 인내하면서 상식을 넘는 과열경쟁, 음성거래 등에 대한 자체적인 정화를 비롯하여 투명하고도 건전한 시장확립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마련이 절실하다. 정부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현행법을 더욱 실효성있게 관리하고 미술계 자체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 해가는 것이 ‘문화대국’으로 가는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미술시장 열기의 빛과 그림자

2007. 5. 22. 경향신문

 

세계 미술시장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006년 세계미술시장은 소더비, 크리스티 경매총액 75억 달러(한화 약 7조 원), 전 아트마켓 상승률이 전년대비 25.4%에 달하고 백만 달러가 넘는 작품은 적어도 810점을 넘을 정도였다. 1990년 최고치에 거의 도달한 전성기에 이른것이다.

이에 비하여 출발은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최근 3년간 수십년 세계시장의 속도를 한꺼번에 불태우고 있다. “다 팔렸습니다. 그런데 너무 사람이 많아서 눈이 따가울 지경입니다.” 이번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만난 갤러리 운영자의 말이다. 총 6만 4천명의 관람객 동원도 그렇지만 판매액 역시 175억을 기록하면서 기염을 토했고, 모처럼만에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한편 K-옥션의 25억 낙찰가를 이어서 서울옥션에서는 오는 22일 개최되는 106회 경매에서「빨래터」가 35억-45억 까지 시작가가 정해진 것은 또 하나의 사건이다. 신진작가들을 위주로 한 3월의 아트서울전 역시 예년의 2배정도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집계되는 등 미술시장의 상승세는 분명히 체감적인 현상을 넘어 과열이라는 우려가 나올 지경이다.

수백명에서 불과 3년 사이 수천명으로 늘어난 컬렉터의 숫자는 여러 초청강연 때 마다 실감하는 부분이다. 강연장을 꽉 매운 청중도 그렇지만 질문도 날카롭고 현장을 꿰뚫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현상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물론 그간 거의 무관심에 가까웠던 문화욕구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른 것도 큰 동기이겠지만 유휴자금의 흐름이 여러 곳에서 제어되면서 미술시장에 유입된 것이 결정적인 불을 붙였다. 결국 ‘대안투자’라는 인식이 이미 선진국에서는 실행 된지 오래이지만 이쯤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미술시장은 이미 투자에 열을 올리는 재테크 형국으로 모드를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미술시장의 희소식은 당연히 미술계 전체에도 단비이다. 시장의 활성화는 작가들의 창작환경개선에도 도움이 되며, 문화향유에는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또한 해외 판매의 경우 국가재정은 물론,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열기에 숨어있는 불안감을 지나칠 수는 없다. 검증이 채 시작도 되지 않은 특정작가를 겨냥하여 집중 구매하는 식의 ‘싹쓸이’ 구입형태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블루칩’작가들의 단기간 가격상승은 상식을 넘는 수준이다. 대동소이한 작품들을 복제하듯 내놓는 일부 작가에 대한 실망감 역시 씁쓸할 따름이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기존 중견들에 대한 조명이 너무나 대중적 인기 위주이고, 글로벌 세대로 가는 신진작가들의 발굴이 아직도 미미하다. 여기에 겨우 2년 정도 밖에 안되는 활황 뒤에는 구입한 작품들을 되팔기위한 전략이 이어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비로소 미술품의 구입과 판매가 얼마나 다른 입장인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과거 일본이 그러했지만 세계시장과는 상관없이 ‘나홀로 마켓’의 과열 징조를 보이는 최근의 우리시장 형태 또한 불안한 부분이다. 결국 오랜 기간에 걸친 순수한 ‘애호정신’과 문화적 거래가 무시되고 재테크현상이 지배적일 때는 스스로 하락의 원인을 제공하고 유입된 자금들이 한 순간 썰물과 같이 미술시장을 빠져나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예술품은 이미 매우 진귀한 생활장식품으로 변모하였다”라는 마빈 프리드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만큼 세계의 아트마켓은 보편화되고 중산층까지 확대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변모의 저변에는 생활에 밀착된 안목과 감식안의 역사를 통하여 얻어진 긴 터널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미술품 경매, 저변을 넓혀야 한다

2005. 12. 2. 조선일보

 

세계는 지금 미술품 경매 열기가 한창이다. 2005년 상반기 세계 각국의 순수미술의 경매 매출액은 약 3조 원으로 추산된다. 한 해에 3백억 원을 넘지 못하는 우리의 경매시장과는 대조적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74%의 낙찰률로 질적인 승부수를 던지면서 K옥션이 새롭게 출범하였고, 서울경매가 100회 경매를 앞두고 감정시스템을 재점검하면서 강남지점을 개설하였으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우리나라 동시대작가들 작품이 거의 낙찰된 결과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새로운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경매시장의 변화는 이른바 1차 미술시장이라고 보는 화랑중심의 시장구조에서 아트페어와 함께 2차, 3차 시장의 입체적인 성격으로 이어지게 되고 오랫동안 침체에 빠졌던 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차시장과 다르게 대부분의 가격이 공개되고 고객의 의사가 직접으로 반영되는 경매는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과 함께 대국민교육의 효과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으며 운영여하에 따라 미술계의 창작환경 개선에도 막대한 기여를 하게된다.

그러나 선진국의 대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몇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1천명에도 못미치는 얇은 소장층의 확대와 매력적인 물량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물론 명품을 중심으로 하는 고가경매는 경매시장의 꽃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경우는 뿌리는 없고 가지만 있는 형국이어서 하루속히 저변확대를 서두르지 않으면 생명력의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의 중저가 품목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국민들이 손쉽게 다가서는 미술시장으로 확장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점은 소더비나 크리스티가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권투선수 무아마드 알리의 마우스나 팬티, 신발 등을 경매하는 아이디어에서 부터 악기나 사진, 액자, 역사적인 인물이나 유명인사의 장신구에 이르기 까지 70가지 세부품목을 다루면서 미술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국민들의 흥미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순수미술분야만 하더라도 고미술이나 작고작가 위주의 경매는 검증된 작가라는 점에서는 안정적이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폭과 가격면에서 모두 한계가 있다. 물론 이는 아트페어나 화랑의 입장에서 보면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고객으로서 보다 질 높은 작품을 싼 값에 구입하려는 심리는 경매나 아트페어, 화랑을 구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6회를 넘기고 있는 서울옥션 열린 경매의 호응을 보면 오히려 본 경매에 비하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며,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기성작가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대안으로까지 떠오르면서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도 저렴하고 작품도 신선한 제3세대 작가들을 겨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밖에도 경매시장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자체 감정제도의 안정적인 구축과 경매결과를 분석하는 리뷰가 후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매년 출품되는 경매작품들의 동향과 가격 변화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경매년감의 발행과도 연계되지만 주요 토픽들을 정리하고 작가별, 경향별 결과를 분석하는 과학적인 관리와 직결된다. 이같은 경영전략들은 곧 지속적인 투자와 응찰이 가능하도록 신뢰를 쌓아가게 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 감으로서 경매문화를 정착시켜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