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칼럼2-뮤지엄

국립미술관, 명품화의 우선 조건

서울신문. 2018. 7. 15.

 

최병식/경희대 미대 교수, 미술평론가

 

국립현대미술관이 2013년 서울관 오픈을 하면서 3개관 통산 연간 240여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수를 기록함으로서 미술관에 대한 관심과 잠재된 문화욕구를 실감하게 된다. 미술관에서도 이에 부응하려는 노력으로 ‘중기운영혁신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시운영, 소장품과 아카이브, 보존관리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눈에 띄는 것은 3-5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전시안을 제시하고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겠다는 내용과 해외 순회전시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대목이었다. 최근 일부 전시에 대한 공간해석 등에서 많은 진전이 있으며, 과학창의재단과 공동지원으로 아트팹랩을 설치하여 연간 7,000여명에게 혜택을 주는 등 변화이다.

 

하지만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들은 과제로 남아있다. 밀도와 맥락이 있는 연구성과를 기초한 담론형성, 이슈제시와 재조명이 요구된다. 법인화 논의는 심도있는 준비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하다. 지금의 국립체계를 유지하는 정책이라면 인사와 운영의 자율성에 대한 최소한의 보완책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전문직 인사 또한 구조적인 한계이다. 전국의 공립뮤지엄도 거의 동일하지만 2년 임기의 주요 직책공모 이후 5년까지 연장을 반복해야 하는 단발적인 방식으로 관장, 팀장 등의 인사가 진행된다. 테이트갤러리의 니콜라스 세로다 총괄디렉터가 29년, 뉴욕 현대미술관 글렌 로리 관장이 23년 등 세계적 뮤지엄들과는 비교도 불가하다.

특히나 12월 개관하는 청주관을 포함하여 현재의 1관 4분관 체계는 무엇보다 기본적인 틀에서 안고 있는 문제이다. 오로지 1개관만으로 한국근현대. 세계미술사조 전체를 커버하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여기에 공간적으로도 과천, 서울, 덕수궁, 청주관과 2개 창작센터, 미술은행 까지 포함되어 성격과 물리적 거리가 방대하다.

대안은 근대, 현대, 혹은 아시아, 영상, 디자인, 건축 등의 성격으로 최소한의 특징을 확보해 야 한다. 일부는 근현대가 구분이 모호하다고 하지만 특히나 우리나라와 같이 식민지시대를 겪었고,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현대사를 접하게 된 역사에서 근대는 얼마를 강조해도 부족하다.

한마디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건너뛰어 미술사를 이어가는 자체가 모순이다. 근대정신의 올바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체성에 많은 혼란이 오는 것도 당연하다.

영국의 테이트 브리튼과 모던의 각관 운영체계는 좋은 예이며, 일본의 도쿄국립근대미술관, 교토국립근대미술관, 국립영화아카이브, 국립서양미술관, 국립국제미술관, 국립신미술관 6관 체계는 현대가 아니라 근대부터 설립된 국립미술관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우리의 경우는 향후 건축, 디자인과 영상, 어린이미술관 설립 또한 매력적인 국립미술관 분야이며, 지역에 위치하는 것도 균형발전의 의미가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40여개가 넘는 국립박물관이 설립되어있다. 이에 비하여 반세기 동안 오로지 1관만 있어야 하는 미술관에 대한 무관심은 쉽게 납득이 안된다. 전체가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현재 덕수궁관을 확대, 이전하여 국립근대미술관으로 승격하고, 서울관과 과천관을 현대와 당대, 상설과 교육전문미술관 등으로 다각화하는 정도만으로도 기초적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이로써 미술사적 체계는 물론, 전문화된 연구를 통한 고유기능을 진행할 수 있으며, 상호보완, 경쟁, 순환근무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뮤지엄 1천관 시대를 맞이하여 범국가적인 차원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그랜드 플랜’이 아쉬운 지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백남준 작 「다다익선」2000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박물관이 희귀한 ‘박물관 천국’

한라일보. 2018. 5. 1.

 

최병식/경희대 교수

 

세계적으로 대도시가 아닌 이상, 한 지역에 밀집된 박물관이 100여개에 달하는 곳은 아마도 제주가 최고일 것이다. 또 하나의 기록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영리형, 관광형 성격을 지닌 사립관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고유기능을 수행하는 20여개의 공립관들은 거액의 투자예산과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립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열악한 현실에 직면해온지 오래이다.

대표적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제주특별자치도민속자연사박물관의 사례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1978년 문화공보부의 설계승인 후 1984년 개관되었으며 한국에서는 민속, 자연사 분야에서 공립박물관 1호인 셈이다. 이 박물관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 역사성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제주를 대표하는 ‘자연’과 ‘민속’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으며, 5만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소장품과 박물관의 고유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연간 수천 명의 지역민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체험 프로그램, 전국각지와 일본 등지의 이동전시를 통한 제주 홍보기능, 75건의 조사보고서 등은 바로 제주의 정체성을 확보해가는 핵심적인 동력이요, 기반시설로서 큰 가치가 있다.

주목하는 성과는 관람객 분포에서도 쉽게 증명된다. 사드여파와 공사기간이 있었던 2017년을 제외하고 2016년 관람객 약 87만 6천여 명 중 외국인은 53만 1천 명에 달하여 60% 분포를 나타낸다. 국내 어느 공립박물관에서도 이러한 분포는 없으며, 누적관람객 3천 3백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공립박물관은 그 지역의 문화, 역사, 정신, 자연 모든 것을 한 곳에 아우르는 심장과도 같다. 이제 국내외 관광객들의 안목과 트렌드 역시 유람관광에서 ‘가치관광’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오래된 건축물에 최신 IT기법을 동원하여 정보검색시스템을 갖추고 홀로그램이나 스마트 기능을 구축한 박물관과는 판이하게 다른 수준의 노후한 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박물관 기능에 대하여 한 측면만을 이해하는 분들이 많다. 고유기능에 강조되는 것은 지역문화의 발굴, 보존, 전시, 연구 등을 통해 한 눈에 그 지역의 정체성을 읽게 해주는 마법과 같은 역할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기능이 인문학적 바탕으로 이어져서 지역민의 향토정신, 문화가치 함양, 지역관광의 핵심 시설로서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갈수록 그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있다.

파리, 런던, 뉴욕, 베이징, 도쿄 어디를 가도 가장 필수적으로 관람하게 되는 곳이 바로 박물관, 미술관인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가 있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의 자연과 민속을 가장 압축된 형식으로 제공하는 핵심 시설로서 현재의 공간,시설로는 이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도 현재 30% 밖에 전시되지 못하고 있는 5만여 점을 유물을 개방형 수장고 형식으로 전시실을 겸할 수 있는 시설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며, 사회교육관 증축이 요구된다.

이러한 시설은 도민들의 문화향유 기회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이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으로 병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주도가 ‘박물관 천국’이라는 단어로 양적인 팽창을 해왔지만 정작 도차원의 문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핵심시설에 대하여 부족했던 점 은 하루속히 보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국인 국립현대미술관장?

국민일보. 2015. 6. 20.

“그런 논리대로라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외국인 경영 전문가 중에서 골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근 갤러리에서 만난 한 대학 강사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한국 미술계의 수장이라 불리는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 문제로 미술계가 들끓고 있다. 지금까지 8개월째 공석이다. 그간 낭설만 난무하게 만들더니 그 결과는 ‘적격자 없음’이었다. 결정 과정에서 미술계 의견을 수렴(?)했다는 문체부의 해명도 납득이 안 가지만 이번에는 외국인도 관장 공모에 포함한다는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발언에 미술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울분을 토로한다.

 

관장 공석 장기화로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기획 및 예산 편성, 서울관의 새로운 출범과 명품 미술관 도약이라는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건 불 보듯 뻔하다. 이 같은 사태에는 정부의 실책이 크지만 국립형 미술관의 제도 역시 한몫하였다. 우리나라 같이 국립미술관 관장을 정부가 공모해 선임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메트로폴리탄, 모마, 테이트 갤러리를 비롯하여 브리티시 뮤지엄, 스미스소니언 등은 국립이 아니라 법인으로 운영된다. 뮤지엄이 자체 이사회나 운영위원회를 통해 설립되고 위원들이 관장을 추천하고 임명하며 자문과 감시, 지원을 병행한다. 이런 시스템은 정부의 간섭을 차단함은 물론 뮤지엄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경영의 현실화를 지향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 안건은 국회에서 몇 년째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류 중이다. 법인화를 전제로 하여 직제가 편성된 서울관 직원은 모두가 1년 계약직이다. 관장 임기도 문제다. 재임명을 거쳐 길어야 4∼5년에 그치는 임기 제한으로 연속 업무가 불가능하다. 테이트 갤러리의 존 로덴스틴, 니콜라스 세로다가 각각 26년, 27년을 관장으로 일하면서 눈부신 실적을 보여준 예나 모마의 알프레드 바와 글랜 D 로리가 각각 14년, 20년간 관장 임무를 수행한 것은 대표적인 해외 사례다.

 

미술인들의 책임 역시 막중하다. 단적으로 말한다면 우리나라 공공 미술관 운영은 수십년이 넘은 구세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통해 자립도를 향상시키지 못하고 폐쇄된 성역처럼 운영해오면서 당대 미술계의 이슈를 제시하거나 예술인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중심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관장은 작가나 미술사가 등 미술인이면 아무나 가능하다는 희한한 발상을 한다.

 

전시의 질은 당대 시각예술의 이슈를 제시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미술관의 몇 개 위원회가 있지만 무늬만 존재한다. 전문가를 존중하지 않고 정부나 미술관 모두가 독자적인 행보만 고집하는 이중적 형국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단순히 미술관이기보다 한국문화의 상징이고 수십만 미술인들의 자존이다. 그러나 미국은 1만7000여개, 유럽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도합 1만개 이상의 뮤지엄을 보유하고 막대한 공공 지원을 받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국립미술관 1개관만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상징적 현실을 읽지 못하고 ‘늑장인사’ 뒤에 외국인 관장을 언급한 김 장관의 발언은 단적으로 우리 미술관 정책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전문가는 있다. 부족하다면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장치를 하는 것이 진정한 정부의 역할이고 정책의 미학일 것이다.

 

최병식(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

 

수원시립미술관 명칭 ‘문화미학’으로 풀어야

경인일보. 2015. 5. 21.

최병식/경희대 교수

 

학생들이 모두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요즈음 잘 쓰는 속어인 ‘헐~’을 연발했다. 우연히 2013년 12월 어느 날 저녁 석사과정 학생들과 수원 행궁 앞을 지나는데 ‘수원아이파크미술관 준공식’이라는 사인물을 보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수원의 지인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임을 천명했으나 가칭일 것이라는 말에 안도하면서 지나쳤다.

다시금 우연히 페북을 보다 아연실색을 하였다. 뮤지엄은 이제 단순히 문화예술분야 전문가들의 공간이 아니다. 선진 어느 나라의 도시를 가든 가장 먼저, 최우선적으로 뮤지엄을 들르게 된다. 그 지역, 시대의 정신이 담겨있는 상징적인 가치의 랜드마크인 셈이다. 수원 역시 행궁 앞 마당에 설립되는 공공미술관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크다. 수원의 정신, 역사, 예술혼이 바로 여기에 담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술관의 명칭을 특정 기업의 브랜드명으로 개관할 수 있는가? 수십년 뮤지엄을 연구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러한 명칭은 본적이 없다. 이미 현재 이러한 토론마저도 곧 국내외 부정사례의 첫 단골메뉴가 될 것이다.

기부체납형식이니 시장의 일방적인 약속이니 다 절차상의 문제는 뒤로하자, 어떻든 미술관이 없는 수원에 기부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수원시와 현산의 이번 사안은 ‘문화’와 ‘기부’의 가치를 크게 오해한 처사이다. 더군다나 현대산업개발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정몽규회장의 인사말에 ‘가치지향 경영’을 가장 먼저 강조하고 있다. 가치와 클린, 윤리가 강조되는 기업의 아름다운 기부이지만 이 명칭 하나로 인하여 결과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기부자는 주체가 되고 수혜자는 객체의 위치로 수직구조를 형성할 수 있기에 부정적 측면이자 독성을 지니게 된다고 말한다. 그 독성을 제거하는 방법은 기부자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익명성’이라는 해답을 제시한다. 해체주의 철학자 데리다 역시 기부의 조건이 전제되면 그 순수한 마음은 사라지고 ‘교환’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비영리 기관인 뉴자선캐피탈에서는 ‘기부금 집행과정에서 기부자의 관여를 적절히, 가볍게 설정하라’는 말을 우선적으로 강조한다.

물론 ‘익명성’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가치지향 경영’을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적절히’ ‘가볍게’라는 말 정도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수원시 재정의 한계도 미루어 짐작된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나 겪고 있는 문제이다. 런던의 브리티시박물관,테이트갤러리 등도 회사법인을 설립하고 주식, 부동산, 채권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여 운영재정을 향상시킨다. 명칭을 마케팅하는 ‘네이밍 라이트’도 있다. 한 건물명을 기증자로 정하는 예도 많고, 명예관장을 모시고 심지어는 기부자만의 카페를 운영하여 부러움을 산다. 수원시립미술관 건물을 기증한 현산의 기업철학과 기부정신은 얼마든지 그렇게 예우할 수 있다.

대안은 ‘수원시립미술관’이다. 항간에서는 운영비를 지원하면 ‘아이파크’수용 의견도 있으나 명확히 말해 이는 공공미술관의 명칭과는 인과관계가 없다. 모처럼 현산의 큰 기부를 수원의 ‘문화미학’으로 품어나가면서 전세계 600년 성곽에 위치한 유일한 공공미술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무료관람제도, 왜 그리 성급한지

2008년 4월호 《아트인 컬쳐》

이번 대통령 선거가 종료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무료관람제도’안은 정책적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안인 데다가 적은 예산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로서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안이었다.

더군다나 뮤지엄들의 무료관람제도는 역사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적 환경과 문화경쟁시대의 가장 중요한 교육장소의 개방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제 뮤지엄은 핵심적인 사회기반시설로서 국공립뮤지엄에 대하여 무료관람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며,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 뮤지엄을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당장 실시에 대하여 대다수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문제는 지금까지 뮤지엄들을 사회기반시설로 간주하고 무료개방을 할 정도로 준비과정을 거쳤는가에 대하여 반문하고 싶은 것이다. 이번 안은 보다 신중한 사전 보완과 단계적 시행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계적으로 국공립 뮤지엄에 대하여 전면 무료화를 시행한 국가는 유일하게 영국 뿐이다. 그러나 당시 영국의 이와같은 제도시행에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갖추어진 견고한 시스템이 버팀목이 되었다. 우선 미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외형적으로는 국공립 성격이지만 주요 뮤지엄들은 소장품과 돈, 건물 등의 기부가 많고, 최고의결 기구로 이사회를 두어 국가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경영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관장은 기업이나 개인들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 입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다양한 회원제도를 활용하면서 공공성을 담보하는 뮤지엄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동시에 영국정부는 무료화정책과 함께 르네상스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테이트 모던, 발틱 등 세계적인 규모의 뮤지엄을 설립하면서 수 천억원의 네셔널 로터리펀드를 활용하여 기초적인 시설과 컬렉션을 지원하였다.

시행과정에서도 단계적이고 치밀한 과정을 전제로 하였다. 1차로 1999년 4월 어린이에게 무료관람을 실시하였고, 2차 2000년 4월 노인, 3차 2001년 12월 전체 무료관람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여기에 프랑스, 중국 역시 각각 나이와 지역을 제한하여 시범적으로 무료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환경부터가 너무나 다르다. 전문가들의 사전진단도 없이 갑자기 내려진 5월 이후 국립뮤지엄 개방, 2009년 공립관 개방 일정은 위의 사례에도 비추어볼 때 염려스러운 점이 너무나 많다. 아래에서는 우선 세 가지로 정리하여 무료화에 대한 현황, 문제점을 정리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 국립관들의 입장료는 다른 선진국의 입장료와는 판이하게 차이가 나며, 거의 형식에 가깝다. 즉 1천-2천원 정도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20달러, 로마의 카피톨리니 뮤지엄 6.2 유로, 미국평균 6달러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지역의 공립 뮤지엄들은 광주시립미술관의 예에서 보듯이 입장료가 최하 180원-최고 460원, 대전시립미술관 200원-500원인 경우도 있다.

그 이면에는 관람객들의 최소한 질서유지와 유물이나 작품들에 대한 보호, 소장품의 중요성인식 등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문제는 관람문화의 수준유지와도 직결되며, 문화재가 집결된 공공장소라는 점에서도 무료화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경영전략과 수준 확보가 시급하다. 보다 많은 관람객을 끊임없이 유치하고 진정한 대국민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뮤지엄 자체를 튼실하게 다져나갈 수 있는 보완이 절실하다. 즉 ‘보고 싶은 전시가 많아야 다시 찾는 관람객 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이치로 귀결된다. 여기에 학예인력 보강, 에듀케이터직제 신설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 성급한 오픈만이 능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관람객을 증가시켜야 하는 과제를 고민해야 하는 정석이기 때문이다. 물론 늘어나는 관람객을 지원하고 소장품의 완벽한 보호와 관람문화 확보, 질서유지, 안전 시설재정비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셋째로는 사립관과 대학뮤지엄들과의 평형을 유지해가는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시스템이 너무나 열악하다. 현재도 하향추세이지만 관람료가 면제되는 국공립과 대조적으로 열악한 사립, 대학뮤지엄들의 관람객은 급속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점은 단순히 줄어드는 관람객에 대한 보상차원만이 아니다. 관람객의 감소는 부대시설, 즉 아트샵이나 식당 등을 이용하는 빈도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상시 무료와 유료의 개념에서 국공립관과 비교대상이 됨으로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게된다.

세세히 산적한 문제들을 열거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무료관람제도의 무한한 장점이자, 준비해야할 요건들이다. 우리는 지난 2월 10일 ‘숭례문의 교훈’에서 너무나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모든 것을 완비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전국의 뮤지엄을 총괄 분석하는 진단만이라도 제대로 한번 거친 후에 이와같은 정책이 발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강릉의 참소리축음기박물관

용인의 한국등잔박물관

거제도의 거제박물관

사비나미술관 

환기미술관

​전남 담양의 대담미술관

정신문화의 보고를 살려야 한다

2005. 4. 22. 교수신문 

풀뿌리 문화‘의 핵심적 역할

 

’고이 닦은 천년 얼이 큰 빛으로 다시 살았네“ 김동휘 한국등잔박물관장의 말처럼 흔히 주변에서 잊혀지거나 폐기될 수 있는 하잘 것 없는 물건들도 박물관ㆍ미술관에 소장되면서부터는 문화유산으로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우리 문화를 빛내고 계승하면서 정신문명을 창조해 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의 박물관ㆍ미술관은 2004년 말에 총 377관이 등록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전체 박물관ㆍ미술관이 4천개 소가 넘는 미국, 독일,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되지만 인구 13만 명당 1개관이라는 세부적인 집계에서도 2만 명당 1개관을 기록하는 독일과 너무나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 선진국의 박물관ㆍ미술관들이 활성화되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사립박물관ㆍ미술관들의 설립과 운영이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박물관ㆍ미술관에서도 사립이 184관으로 49%를 차지하고 있어 숫자로 보아서는 전체 박물관ㆍ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사립박물관들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나 장단기적인 활성화방안이 너무나 열악한 실정이어서 박물관문화의 확산과 설립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설립자 개인의 재산이 한계에 부딪쳐도 국가는 사립이라는 이유로 이렇다 할 지원제도를 확립하지 않음으로써 상당수의 설립의지를 가진 경우도 설립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립박물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삼성그룹에서 설립한 리움(Leeum)이나 태평양에서 설립한 태평양박물관과 같이 기업에서 설립한 경우, 개인을 중심으로 설립되어 외부의 공식적인 지원이 없이 자립으로 운영해가는 경우, 종교박물관으로서 통도사성보박물관이나 원불교역사박물관처럼 종교단체에서 설립한 경우이다.

현재 180여개 사립박물관ㆍ미술관 중 기업과 연계된 박물관ㆍ미술관은 약 60여개이며, 종교단체설립은 12개, 개인설립은 약110개관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역시 기업이나 종교와 관계되지 않는 개인들이 설립한 사립박물관들이며, 다음으로는 종교박물관이다. 사립박물관의 대표적인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국공립박물관에 못지 않는 국가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통계로 보면 전국적으로 120여개 사립박물관의 연간 입장객수가 3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기업연계형을 포함하면 4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소장품 또한 100만 점에 달하며, 지역사회에 교육프로그램, 강연회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무형의 기여도는 그 대상자가 수 십만명에 달한다.

둘째 사립의 경우는 강릉의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이나 제주의 아프리카박물관, 영덕의 경보화석박물관, 서울의 짚풀생활사박물관, 경기도의 등잔박물관과 일본군위안부역사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테마박물관 성격을 추구함으로써 상당수가 국공립이 갖지 못하는 전문 분야의 소장품과 전시형식을 구사하고 있다.

셋째는 대체적으로 그 위치가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대도시 분포가 거의 미미하다. 대다수가 산간벽지나 군단위, 면단위 이하에 소재하고 있는데, 영월이나 제천, 영덕, 원주, 여주, 이천, 광주, 금산, 구미, 진도, 보성, 영천 등 시, 군단위에서 폐교를 활용하는 등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분포는 결국'풀뿌리 문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역사, 문화, 예술보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열악한 현실과 운영실태

 

그러나 이와 같은 사립박물관들의 사회적인 공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있다. 물론 국가에서는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을 제정하여 최소한의 지원, 감독 등의 규정을 하고 있지만 세재혜택이나 기금지원이 너무나 미미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주관기관이 변경되면서 박물관ㆍ미술관에 대한 전문성이 저하되고, 학예사 보유를 의무화하여 등록허가서를 발급하는 등 지자체마다 실태파악과 지원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상당한 난관에 빠져있다.

이러한 형편에서 개인의 재산을 털어 운영비를 충당하고 인건비를 지불하는 식의 사립박물관 운영실태는 당연히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시설, 인력 확충의 어려움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너무나 소중한 유물이나 자료, 작품들이 창고에서 사장되고 전시, 교육, 연구 등의 본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내용들이 활성화되지 못함으로써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여러 박물관들의 전시실을 둘러보면 보다 심각한 현실을 목격할 수 있다. 수 십 만점이 소장되어있다는 여주의 한얼테마박물관이나 1만 5천점의 소장품이 있는 거제도의 거제민속박물관 등은 전시실과 수장고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유물과 자료들이 비좁은 공간에 가득 차있어 걸어 다니기도 불편한 정도이며, 수장고 공간이 모자라 여러 곳으로 분산하여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ㆍ미술관도 적지 않다. 입장료 총액보다도 그 인건비가 많아 해당인력을 채용하지 못하고 아예 무료로 개방하는 경우도 있다.

폐교의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하여 전시유물에 압류통지서가 붙은 박물관이 있는가 하면, 학예사 보유현황도 평균 1관 당 1.27명에 그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아예 학예사가 없는 경우도 30여 관에 달하고 있다. 도난방지시설이 없어 유물도난은 물론 강도들이 침입하여 생명의 위협을 받은 경우도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항온, 항습시설과 자료 D/B구축 등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관들이 상당수이며, 카메라 3천 점, 렌즈 5천 점으로 세계 5대 규모의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한국카메라박물관이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습기에 노출될 위험을 항시 지니고 있다.

 

시급한 제도적 지원과 관심

 

사립박물관ㆍ미술관의 설립목적과 역할은 개인의 재산과 소장품을 전시, 연구, 교육하는 등의 의미를 우선으로 하면서 국가나 지자체에 등록하여 공공성을 담보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러나 국가나 국민은 이를 인식하는 정도가 너무나 부족하여 아직도 사립박물관ㆍ미술관은 재정적인 여유가 있어 애호적 차원에서 설립하는 정도로 생각하거나 개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등으로 이해하는 예가 많아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지원이나 후원이 턱없이 열악한 실정이다.

물론 이는 사립박물관ㆍ미술관 스스로 대국민홍보나 공무원들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교육, 홍보와 설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나 지역사회를 상대로 이를 설득하는 과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을 강화하여 문화기반시설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안개정이 시급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학예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사안이다. 그 대안으로는 교육현장에서 부르짖는 다양한 체험을 강조하는 부분과 맞물려서 공교육에서 다하지 못하는 학습프로그램을 박물관ㆍ미술관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연대체계로 학예사들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업무는 물론, 교육적 기여도를 제도화하고 이에 대한 급여를 지자체나 국가가 책임지는 방안이 가장 우선이다.

다음은 기부문화의 정착을 위하여 다양한 후원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유물이나 작품, 자료 등의 기부와 부동산, 인력의 지원 등을 위한 세재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최근 복권기금으로 사립박물관들의 지원을 단행한 예와 같이 국가도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민족문화의 창달과 계승에 헌신하고 있는 사립박물관들의 역할을 공개념으로 인정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나 최근 독도나 고구려사가 왜곡되는가 하면, 국제적인 문제로 등장하면서 자라나는 세대들은 물론 전 국민들이 확고한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확립해가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가의 재원이나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을 사립박물관ㆍ미술관 운영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부담해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해결방안이다. 이는 더욱이 관광자원의 확보차원에서도 사립관들의 역할은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다.

이와 같은 역할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설립은 어느 정도 자유롭되 국가나 지자체에 등록하는 기준은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고, 대신 일정절차를 거쳐 등록된 관에 대하여는 최소한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개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또한 박물관ㆍ미술관은 국가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도 경영전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는 많은 관들이 설립이나 유물, 작품소장에만 정열을 쏟고 일정한 수익사업이나 후원회, 자원봉사제도 등에 대한 모색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경영의 성공사례는 매월 5천 원의 후원금을 내는 3천명의 후원자를 확보하고 있는 통도사성보박물관의 경우나, 차를 재배하여 이를 후원금의 답례로 하고 있는 의재미술관 등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운영비확보의 노력과 관람객유치를 위한 다양한 홍보전략, 아트디자인 상품판매 등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는 외국의 사례이지만 911사태로 관람객이 급감하고 경제적인 타격을 받았을 때 미국의 구겐하임미술관의 토마스 크렌스(Thomas Krens)관장이 다양한 경영전략을 구사하면서㰡’저에겐 철학은 없고 전략만 있을 뿐입니다.㰡“라고 말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Museum은 역사와 문화의 보고이다

 

독도와 고구려역사왜곡을 엄연한 현실로 경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어느 때 보다도 민족의 정신문화와 역사의 계승, 가치고양을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은 더없는 민족의 역사와 문화적 교육의 장이며, 정신문화의 보고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각 지역 중심축의 하나이다.

더군다나 개인이 사재를 기부하여 국가에 등록하고 문화재나 학술자료, 예술품 등을 전시하고 연구, 교육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사립의 경우는 더 이상 무관심으로 일관해서는 안 되는 문화기반시설의 심장부로 간주하고 적극 지원육성해가야 할 것이다.

 

 

통도사 성보박물관

토탈미술관

거제도의 거제박물관

고양시의 중남미문화원 병설 중남미박물관

청주의 우민아트센터 입구

​경기도 광주의 일본군위안부역사관